차는 물이 아니다? 아직도 믿고 있는 수분섭취의 오해

차 수분 섭취 와 관련하여 차를 마시면 같은 양의 물을 다시 마셔야 할까요? 홍차·커피와 물을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을 통해 차의 이뇨작용, 카페인과 탈수, 보이차의 수분 섭취 효과에 대한 오해를 살펴봅니다.

차는 물이 아니다? 아직도 믿고 있는 수분섭취의 오해

“차를 많이 마시면 그만큼 물을 따로 마셔야 한다.”

“차와 커피는 이뇨작용이 있기 때문에 수분 섭취로 계산하면 안 된다.”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입니다.

특히 차를 하루 종일 마시는 사람에게 “차는 물이 아니니 생수를 따로 마셔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있던 ‘차와 수분 섭취’에 대한 상식에는 상당한 오해가 있습니다.

차를 마시면 정말 몸에서 물이 빠져나갈까?

이러한 주장의 출발점은 카페인(caffeine)의 이뇨작용입니다.

차와 커피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카페인은 신장에서 일시적으로 소변 생성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매우 중요한 개념 하나를 구별해야 합니다.

‘이뇨작용’과 ‘탈수’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이뇨(diuresis)는 소변량이 증가하는 현상이고, 탈수(dehydration)는 몸에서 필요한 것보다 수분이 부족해지는 상태입니다.

물을 많이 마셔도 소변은 증가합니다.

따라서 차를 마신 뒤 화장실에 자주 간다는 사실만으로 “차 때문에 몸의 수분이 빠져나갔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차를 통해 들어온 물의 양과 배출된 물의 양을 함께 보는 전체적인 체액평형입니다.


홍차와 물을 직접 비교해 보니

이 문제를 직접 연구한 흥미로운 임상시험이 있습니다.

2011년 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된 Ruxton과 Hart의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건강한 남성들에게 홍차와 물을 마시게 한 뒤 혈액과 소변의 수분 상태를 비교했습니다.

논문 제목부터 상당히 직접적입니다.

“Black tea is not significantly different from water in the maintenance of normal hydration in human subjects.”

즉,

“정상적인 수분 상태를 유지하는 데 홍차와 물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다.”

는 것입니다.

연구에서는 여러 수분 관련 지표에서 홍차와 물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농도의 차를 마셨다면 차 속의 물도 우리 몸의 수분 공급에 이용된다고 보는 것이 현재의 과학적 근거에 더 부합합니다.


그렇다면 차 1L를 마시면?

예를 들어 하루 동안 차를 약 1L 마셨다고 생각해 봅시다.

과거의 논리대로라면

차 1L → 수분 섭취 0L → 생수 1L를 다시 마셔야 함

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리현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차의 대부분은 물입니다.

차 속에 포함된 카페인이 어느 정도 소변량을 증가시킬 가능성은 있지만 일반적인 차 음용에서 차로 섭취한 수분 전체를 상쇄하는 수준이라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따라서

차 1L를 마시고 다시 생수 1L를 의무적으로 마셔야 한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13가지 음료를 물과 비교한 실험

2016년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는 더욱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Maughan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남성 72명을 대상으로 여러 음료가 체내 수분 유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비교 대상에는

물, 탄산수, 홍차, 아이스티, 커피, 우유, 오렌지주스, 스포츠음료, 콜라, 경구수분보충액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그 결과 차와 커피를 마신 뒤의 4시간 누적 소변량은 물을 마셨을 때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면 우유와 경구수분보충액처럼 전해질이나 영양성분이 들어 있는 일부 음료는 오히려 물보다 수분을 조금 더 오래 유지하는 결과도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중요한 사실은 이것입니다.

‘수분 섭취 = 생수만’이라는 공식은 인간의 수분 생리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입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면 물 한 잔을 더 마셔야 할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면 일반적인 건강한 성인에게

“차 한 잔을 마셨으니 반드시 물 한 잔을 추가로 마셔야 한다.”

고 권할 과학적 근거는 부족합니다.

차 300mL를 마셨다면 그 속의 물도 수분 섭취에 포함됩니다.

카페인으로 인해 소변이 조금 증가할 수 있지만 이것이 차를 통해 들어온 300mL의 물이 모두 빠져나갔다는 뜻은 아닙니다.

영국 NHS 역시 공식 수분 섭취 안내에서 물뿐 아니라 무가당 차와 커피도 하루 수분 섭취에 포함한다고 안내합니다.


그렇다면 커피는 어떨까?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더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차는 괜찮지만 커피는 탈수를 일으키므로 커피를 마신 만큼 물을 다시 마셔야 한다.”

이 주장 역시 일반적으로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2014년 PLOS ON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평소 커피를 마시는 건강한 성인 남성에게 하루 약 800mL의 커피 또는 같은 양의 물을 마시게 한 뒤 체내 수분 상태를 비교했습니다.

체중, 총체수분, 혈액과 소변의 수분 관련 지표에서 두 조건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적당량의 블랙커피 역시 수분 섭취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와 커피가 완전히 똑같다는 뜻일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차와 커피의 차이는 ‘물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차와 커피를 비교할 때 더 중요한 것은 카페인의 농도와 실제 섭취량입니다.

EFSA가 제시하는 대표적인 카페인 함량을 보면 대략

220mL 홍차 : 약 50mg
200mL 필터커피 : 약 90mg
60mL 에스프레소 : 약 80mg

정도입니다.

실제 카페인 함량은 원료와 투입량, 추출시간, 추출방법 등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차는 같은 양의 커피보다 카페인 농도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차는 설탕이나 시럽·크림 등을 첨가하지 않고 마시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차와 적당량의 블랙커피 모두 수분 섭취에 포함되지만, 차는 일반적으로 한 잔당 카페인 부담이 낮고 무가당으로 장시간 음용하기 좋은 특징이 있다.”


보이차를 하루 종일 마시는 사람은?

보이차도 차나무 Camellia sinensis의 잎으로 만든 차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농도로 우린 보이차의 물 역시 하루 수분 섭취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다만 보이차 자체와 생수를 직접 비교한 대규모 임상시험은 홍차 등에 비해 부족합니다.

“차와 카페인의 체액평형 연구를 고려할 때 일반적인 농도의 보이차 역시 하루 수분 섭취에 기여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특히 보이차는 일반적인 티백 홍차와 마시는 방법이 상당히 다릅니다.

개완이나 자사호에 찻잎을 넣고 짧은 시간 여러 차례 우려 여러 사람이 나누어 마시는 공부차 방식에서는 단순히 ‘몇 잔 마셨는가’보다

투차량 × 물의 양 × 침출시간 × 우림 횟수 × 실제 개인 음용량

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차를 물처럼 마시는 문화

중국과 동아시아 여러 지역뿐 아니라 티베트와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 영국 등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차는 오랫동안 일상적인 주요 음료였습니다.

사람들은 식사할 때도 차를 마시고, 손님을 만날 때도 차를 마시며 하루 동안 반복적으로 차를 마셔 왔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봤을 때도 “차는 수분으로 사용할 수 없는 음료이다.” 라는 주장과는 잘 맞지 않습니다.

현대의 체액평형 연구는 이러한 전통적인 생활 경험을 생리학적으로 어느 정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티베트 및 히말라야 고원 민족: 건조하고 척박한 고산지대에서 생수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들은 하루 종일 발효차(흑차, 보이차, 벽돌차 등)에 야생 버터나 소금을 타서 마시며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 왔습니다. 이들은 극심한 탈수 환경 속에서도 건강과 생존을 유지해 왔습니다.

중국 및 중화권 문화: 식수가 위생적이지 않던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끓인 차를 일상적인 물 대신 마셔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차는 가장 보편적인 수분 섭취 수단입니다.

영국 문화: 영국 성인들의 일일 수분 섭취량 중 상당 부분이 홍차(Tea)를 통해 이루어지며, 보건 전문가들도 홍차가 일일 수분 섭취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주요 음료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관련링크)


물은 필요 없다는 뜻일까?

그것 역시 아닙니다.

차가 수분 섭취에 포함된다는 것과 생수를 전혀 마실 필요가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물을 별도로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 상황도 있습니다.

더운 환경에서 장시간 운동하거나 일할 때, 많은 땀을 흘렸을 때, 설사·구토·고열 등으로 체액을 잃었을 때, 고용량 카페인을 단시간에 섭취했을 때 등입니다.

신장질환이나 심혈관질환 등으로 수분섭취를 의료진에게 별도로 지시받은 사람 역시 일반적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생수를 몇 잔 마셨느냐’가 아니다

우리 몸이 사용하는 수분은 생수병에서만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물과 차, 커피, 우유 등 다양한 음료와 음식에 들어 있는 수분도 우리 몸의 수분 공급에 기여합니다.

따라서 하루 수분 섭취를 생각할 때는

생수 + 차 + 기타 음료 + 음식 속 수분

을 전체적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이뇨작용 ≠ 탈수

차와 수분에 관한 논쟁에서 이것 하나만 기억해도 좋습니다.

이뇨작용이 있다는 것과 탈수를 일으킨다는 것은 다릅니다.

카페인은 소변량을 어느 정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마시는 차에서 이 효과가 차를 통해 섭취한 수분을 모두 상쇄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그래서 차를 마신 만큼 물을 다시 의무적으로 마셔야 한다는 주장 역시 현재의 과학적 근거와 맞지 않습니다.


한 잔의 차도 수분입니다

차는 단순히 물에 향과 맛을 넣은 음료 이상의 문화적·기호적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분생리학적인 관점에서 지나치게 신비롭게 볼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마신 차 속의 물은 우리 몸에 들어가 실제 수분 공급에 사용됩니다.

따라서 차를 즐기는 사람에게

“차는 물이 아니니 차를 마신 만큼 생수를 다시 마셔야 한다.”

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현재의 과학에 더 가깝습니다.

차도 수분입니다.

카페인의 이뇨작용과 탈수는 같은 현상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차 음용으로 섭취한 수분을 무효로 만들 정도의 수분 손실이 발생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차와 물을 자신의 활동량과 환경, 식사, 카페인 섭취량 등을 고려하여 하루 전체의 수분 균형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핵심 참고문헌

Ruxton CH, Hart VA. (2011). Black tea is not significantly different from water in the maintenance of normal hydration in human subjects: results from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British Journal of Nutrition, 106(4), 588–595. DOI: 10.1017/S0007114511000456.

Maughan RJ, Griffin J. (2003). Caffeine ingestion and fluid balance: a review. Journal of Human Nutrition and Dietetics, 16(6), 411–420. DOI: 10.1046/j.1365-277X.2003.00477.x.

Killer SC, Blannin AK, Jeukendrup AE. (2014). No Evidence of Dehydration with Moderate Daily Coffee Intake: A Counterbalanced Cross-Over Study in a Free-Living Population. PLOS ONE, 9(1), e84154. DOI: 10.1371/journal.pone.0084154.

Maughan RJ et al. (2016). A randomized trial to assess the potential of different beverages to affect hydration status: development of a beverage hydration index.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103(3), 717–723. DOI: 10.3945/ajcn.115.114769.

Armstrong LE et al. (2005). Fluid, electrolyte, and renal indices of hydration during 11 days of controlled caffeine consump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 Nutrition and Exercise Metabolism, 15(3), 252–265.

Zhang Y et al. (2015). Caffeine and diuresis during rest and exercise: A meta-analysis. Journal of Science and Medicine in Sport, 18(5), 569–574.

※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한 성인의 수분 섭취에 관한 연구를 정리한 것으로 특정 질환의 치료나 개인별 의료지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흔히 하는 말연구에 근거한 설명판정
차는 물이 아니다차의 수분도 체내 수분 공급에 기여❌ 부정확
차는 수분 섭취량에서 빼야 한다일반적인 차는 수분 섭취에 포함
차 한 잔 → 물 한 잔 추가일률적인 1:1 보충 근거 없음
카페인은 이뇨작용이 있다소변량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음
이뇨작용 = 탈수서로 다른 개념
홍차는 물보다 수분공급력이 크게 떨어진다직접 비교시험에서 유의한 차이 없음
적당량의 블랙커피도 수분이다수분 섭취에 포함 가능
커피는 가공했기 때문에 물을 따로 마셔야 한다이를 뒷받침할 근거 없음
보이차도 수분 섭취에 기여한다차·카페인 연구로 볼 때 합리적 판단✅*
물은 필요 없다상황에 따라 별도 물·전해질 보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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